신부님의 글/홍성남 신부님의 글

소모형 증후군 인생

yyddgim 2012. 2. 8. 22:18

월요일 아침 출근길,

바쁜 마음으로 올림픽대로를 탔는데 차가 꽉 막혀서 가질 않습니다.

 

시간은 자꾸 가고 차들은 꼼짝도 안하고...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개나 소나 왜 차는 다 몰고 나와서 이 지랄들이야 지랄들이 하면서 화를 뻑뻑 낸다. 

 

2. 경적을 울리고 인상을 북북 쓰면서 아줌마들이나 차값 싼 것들은 비키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3. 내가 왜 늦게 나와서 이 모양인가 하면서 자기 머리를 핸들에 들이받는다.

 

4. 차에서 내려 한강에 투신자살한다.

 

5. 내 힘으로 안되는 것이니 짜증내지 말고 밀린 인사나 하자하고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이 중에서 통계상 가장 많은 경우는 1번과 2번이라고 합니다.

 

1, 2번의 경우를 통칭해서 소모형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덫에 스스로 걸려들고는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애쓰면서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병에 걸린 분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서

오늘은 소모형증후군에 대하여 설명할까 합니다.

 

소모형증후군은 뚜렷하게 병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

스트레스반응이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서 병처럼 인식되는 것입니다.

소모형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을 몇 가지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기 행동이 늘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야단치는 것을 서슴치 않고 합니다.

 

둘째, 망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길을 가던 사람이 그냥 쳐다보았는데도

자기를 노려보았다는 둥 자기에게 감정이 있다는 둥 하면서 난리법석을 치곤합니다.

 

셋째, 피해의식과 열등감이 많아서

다른 사람의 성공을 기뻐하거나 칭찬해주지 못합니다.

 

넷째, 남의 말꼬리 잡기를 잘 합니다.

 

다섯째, 늘 자신의 감정을 불쾌하게 만드는 대상을 찾아내어 이야기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짜증나게 만듭니다.

 

산에 오르다보면 두 사람, 세 사람이 대화하면서 오르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그룹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가는데

어떤 그룹은 누군가에 대한 험담과 욕설을 하면서 산을 오르느라

경치가 어떤지, 산이 얼마나 좋은지 보지도 못한 채

마음들이 망가진 채로 오르는 그룹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어서

소모형증후군에 걸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소모형증후군은 심각한 것은 아니고

건강한 신앙생활을 통하여 치유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 분들은 내 탓이요의 의미를 잘 새기셔야 합니다.

 

이 증세에 걸린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남의 탓을 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리치료에서는 모든 사람이 가진 정신적 문제는

그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해도

절반은 해결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소위 통찰이라고 하는데,

문제의 원인을 어렴풋이 알게 되면 그 문제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렇게 자기감정과 분리가 이루어지면 다시 똑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멈칫 하면서 ‘아, 내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구나’ 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습관적으로 똑같은 대상에게 화를 낼 때

‘내가 무슨 문제가 있지?’ 하고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런 설명을 드리면 그게 말이 쉽지 그렇게 잘 되겠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고 당연히 한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요.

왜 한번에 안되는가?

 

사람은 변화하지 않으려는 속성, 그리고 과거를 반복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찰을 생활에 적용시키기까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내게 다가온 불행은 외적 요인에 의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강한 욕구를 내면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차를 멈춥니다.

 

즉 나를 행동하게 하는 것은 외부의 작용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적 작용이란 것입니다.

 

만약 외적 요인에 의해서 우리 행동이 매번 결정된다면

그 사람은 기계지 사람이 아니란 것입니다.

 

어떤 형제님이 노인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보러 갔습니다.

어떤 차가 제 차를 앞질러가기에 심하게 욕을 했습니다 하니까

노인신부님 “그럴 수 있지. 성모송 한 번.”

그런데 다음 날 또 고해소에 가서 같은 잘못을 고백했더니

노인신부님 “그럴 수 있지. 분노 해소 잘 하시게.”

그런데 다음 날 또 같은 잘못을 고백하니

노인신부님이 아무 말도 안하고 동전 한 닢을 입에 물려주더랍니다.

‘아니, 줄려면 손에 주지...’

그리고 다음 날 또 같은 잘못을 고백하니 또 동전 한 닢을 입에 물려주었습니다.

그 형제님이 “아니, 보속은 안 주시고 왜 자꾸 동전은 주시고

주실라면 손에나 주시지 입에다 물리십니까?”

노인신부님 “아, 그랬어? 난 자네가 맨날 똑같은 얘길 하길래

사람이 아니라 커피자판기인 줄 알았어. 그래서 동전을 입에 물려준 거야.”

 

똑같은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화를 내면서

다른 행동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그건 머리가 빈 로봇, 기계같은 삶이지 사람의 삶이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것은 자기감정을 통제할 수 있고

그래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고,

이렇게 살아야 성깔부리는 대신에 문제해결에 에너지를 사용해서

쓸데없는 에너지소모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현대인들 중에

이 소모형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페터 보르샤이트는 말하길

 

“현대인은 템포 바이러스, 속도중독증 환자들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고

욕구충족을 지연시키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살다보면 불신과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자제력을 점점 더 잃어간다”고 하였습니다.

 

독일 정신과의사 요아힘 보다미도 말하길

“현대인이 유독 시달리는 불안이 있다면

그것은 지루함에 대한 불안이다.” 하였습니다.

소모형증후군에 대하여 경고한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 소모형증후군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인가?

 

존재의 의미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의 목적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을수록

사람들은 속도를 올려 길을 내닫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심지어는 자살로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괴테는 희곡 「에그문트」에서

소모형증후군의 증상에 대해 아주 명료하고 짧은 표현을 하였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고, 어디에 있는지 기억할 수 없네.”

 

현대인은 모두가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바쁘기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내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정신건강에 너무나도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 잊지 마시고

시간날 때마다 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도시간 꼭 가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