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가수 김장훈 씨는 명동에서 ‘발런티어 데이(Volunteer day)’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 캠페인은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사랑과 나눔의 하나로 되는 기부실천의 날로 바꾸자는 운동이다.
김장훈 씨는 기부천사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기부, 캠페인, 봉사활동까지 많은 부분에서 이타적 행위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이런 이타적 행위는 사람의 몸도 건강하게 만든다.
항체형성의 효과, 테레사 효과(Teresa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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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남을 돕고 봉사하는데 일생을 바친 마더 테레사 수녀 | 지난 1998년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봉사활동과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실험했다. 그 결과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돕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우리 몸속에 있는 병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항체가 생겨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먼저 하버드 학생 lgA 수치를 조사했다. lgA는 사람의 침에서 발견되는 면역 항체 중 하나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해 세포를 가장 외곽에서 보호한다. 그런데 근심이나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침이 마르면서 이 항체가 줄어들게 된다.
이어 학생들에게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여주고 수치 변화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단지 영화를 본 것뿐인데도 학생들의 lgA 수치는 이전보다 높게 나타났다. 바로 이런 효과를 평생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마더 테레사의 이름을 따 ‘테레사 효과(Teresa Effect)’라고 부른다. 반대로 학생들에게 나치의 유대인 학살영화를 보여준 후 똑같이 lgA 수치 변화를 비교해 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항체가 전혀 생겨나지 않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암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자신의 몸만 걱정하며 사는 암환자의 평균 수명은 19개월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반면 봉사활동을 하면서 병과 싸운 암 환자의 수명은 37개월로 2배 가까이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남을 도우면서 삶의 보람을 다시금 느끼게 됐고 자연스레 암세포를 이길 수 있는 항체가 생겨난 셈이다.
심리적 포만감,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테레사 효과와 비슷한 또 다른 말로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가 있다. ‘헬퍼스 하이’는 봉사 후 갖게 되는 심리적 포만감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까지 가장 높은 상태로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헬퍼스 하이는 봉사를 하고 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지는 등 의학적으로도 입증됐다. 뿐만 아니라 엔도르핀이 정상치의 세 배 이상 분비돼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치도록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출간된 더그 로선의 ‘나눔이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에서는 ‘돕는 자가 느끼는 기쁨’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의 심리상태가 신체에 영향을 미쳐 특별한 화학물질을 분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원봉사를 할 경우 왜 기분이 좋아지고 더 나아가 황홀경마저 느끼게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적고 있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과 같이 가치 있는 일을 통해서 자기만족을 얻을 때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됐음을 언급하고 있다. 덧붙여 하버드대의 심장병 박사이며 저술가인 허버튼 벤스 박사도 “이타적인 행동을 할 때 신체는 깊은 휴식을 취할 때와 동일한 반응을 한다”고 밝혔다.
베풀수록 행복하고 나눌수록 건강해지는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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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출간된 더그 로선의 <나눔이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 | 이처럼 ‘나눔’의 행동은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유발하고,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인간의 수명을 연구하는 미국 미시간대 스테파니 브라운 박사도 이런 현상을 발견했다. 5년 동안 432쌍의 장수한 부부를 조사하고 있던 브라운 박사는 연구 도중 조사 대상 여성의 72%와 남성의 75%가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브라운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남을 위해 나누고 베푸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래 살 확률이 두 배나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볼티모어 소재 존스 홉킨스대 연구진도 학교 자원봉사활동이 은퇴자들의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2006년 저소득층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면서 평소 활동량이 적고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병에 시달릴 위험성이 높은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시켰다.
이들을 초등학교에서 주당 15시간씩 아이들의 독서지도 등 자원 봉사활동에 참여시키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4~8개월 후 일반 노인들에 비해 보다 평균적으로 주당 40%나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등 평소 신체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존스 홉킨스대 어윈 탠 조교수는 “자원봉사자들이 학교에서 자원봉사뿐만 아니라 평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자원봉사활동이 정신적, 사회적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자원봉사 활동이 일상생활에서도 신체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