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교회음악

[[교회의 음악]] 천주교인의 몸짓

yyddgim 2010. 9. 28. 11:04

[[교회의 음악]] 천주교인의 몸짓

 

  

 

 나비의 작은 몸짓 하나가 지구 반대편의 거대한 태풍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라는 것인데, 작은 일이 예상치 못한 큰일을 일으킬 때 쓰는 말이다.

성호를 긋는 일은 천주교인이면 누구나 하는 작은 몸짓인데,

이 몸짓 하나가 우리 교회에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면 어떨까?

 

 여러 사람이 모여 식사할 때 가만히 성호를 긋고 나면 누군가 눈여겨보는 사람이 꼭 있다.

"성당 다니시나 봐요?" 하는 질문이 곧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곤 뒷말이 이어진다. "나도 세례를 받은 적이 있는데... ."

"그럼 세례명이 있겠네요?"

"네, 그런데 성당에 안 나간 지 오래 되었어요."

 

 성호 긋는 손짓이 말문을 트이게 하고,  냉담의 고백을 이끌어 내고,

아련했던 성당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 이후는 어째도 좋다.

천주교인아라는 공통점의 확인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훈훈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명 피겨 스케이트 순수가, 전 세계인이 TY로 지켜보는 결승전에 나서며

작은 손짓으로 성호를 그었다.  짧은 순간의 일이었지만,

그 손짓 하나로 교인들의 일치감은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바라보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신앙의 아름다운 모습을 순간적으로 각인시켰다.

작은 몸짓 하나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천주교엔 놀라운 일이 그간 많이 일어났다. 단 1명이던 영세자(1784년의 이승훈) 가

불과 220여 년 만에 512만 명을 넘어섰고,

240여 명에 불과하던 신부는 지난 50년 사이(1960-2009)에 18배인4,374명으로 불어났다.

수도자는 남녀 연평균 2. 3% 이상 증가해서 현재 11만 8천여 명이 이른다.

 

 개신교와 불교는 신자 증가율이 계속 감소하는 데,

천주교은 최근10년간 평균 2.7%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인구 증가율(0.8%)보다 3~4배나 높은 것으로,

2009년 한 해 동안에 11만 6쳔 명의 새신자가 생겼다.

다른 나라에서는 희귀한 현상이다. 일종의 마비효과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비 몸짓에 해당되는 작은 단서는 뭘까?

 

 천주교인의 몸짓은 풍부하다. 신앙의 표징이 되는 몸짓 말이다.

물론 성호 긋기가 그 대표적이지만,

묵주, 미사보, 수도복, 로만 컬러 등과 관련된 우리들만의 몸짓은

교인끼리는 짙은 연대감과 일치감을,

미교인들에게는 호기심과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단서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사람 손에 쥐어 주어 있는 묵주를 발견할 때,

우리는 곧 형제의 일치를 느낀다.

말 한다디 건네지 않는 침묵 속에서도 말이다.

천주교인다운 몸짓에 더 부니런해야 할 이유를 다시금 확인한다.

 

-서울대학교 교수/ 문용린 돈보스코